K9 자주포, 미국 시장 정조준…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수출 확대에 힘 실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K9 계열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륜형 시제품이 미 육군에 공급될 예정이어서 향후 미국 내 평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세계적으로도 방산 장비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이런 시장에서 K9 계열 제품이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 협상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K9 자주포는 한국을 넘어 튀르키예, 인도,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여러 국가에 수출되며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누적 수출 물량도 1000문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미국 진출의 중심에는 기존 궤도형 K9을 차륜형으로 전환한 K9MH 시제품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당 장비를 미 육군에 제공할 예정이며, 이를 계기로 K9 플랫폼의 활용 범위를 미국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전에서도 중요성이 커진 자주포
자주포는 오랫동안 지상군의 핵심 화력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 왔다. 전차처럼 직접 전선에 투입되기보다는 비교적 먼 거리에서 포격을 수행하면서 적의 병력과 장비, 주요 시설 등을 공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근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포병 전력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됐다. 특히 155㎜ 포탄의 생산량과 비축량, 안정적인 공급망 등이 장기적인 전쟁 수행 능력과 연결되면서 주요 국가들이 포병 전력 강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노후 자주포를 교체하거나 포병 전력을 확충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서는 K9의 기존 수출 실적을 바탕으로 추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약 7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스페인 사업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주요 관심 시장으로 꼽힌다.
스페인은 자주포 전력 현대화를 위해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 규모는 약 45억54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방산업체 인드라와 협력해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처럼 자국 내 생산과 산업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단순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 생산 및 기술 협력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 육군의 요구를 반영한 K9 자주포 128문과 탄약운반차 120대를 공동으로 제작·공급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따라서 실제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현지 생산과 산업 협력 능력이 수주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새로운 대형 시장으로 부상
중동 지역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또 다른 핵심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노후 군사 장비를 교체하고 군 전력을 현대화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군 전력 가운데서는 자주포와 장갑차, 유도무기 등의 수요가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다연장로켓 체계인 천무 등을 앞세워 사우디 방산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군 현대화 사업이 확대될 경우 기존 유럽 중심의 수출 시장을 넘어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폴란드 추가 계약도 변수
K9 수출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폴란드와의 추가 협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폴란드는 앞선 계약을 통해 K9 자주포 360여 문을 도입하기로 했으며, 현재 추가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후속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현지 생산을 포함한 방식으로 협상이 성사될 경우 추가로 약 300문의 K9이 공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체 사업 규모 역시 최대 8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향후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미국 진출이 중요한 이유
이번 미국 시장 진입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미국에 제품을 공급한다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방산 시장을 보유하고 있고 무기체계 선정 과정에서도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 육군의 평가 과정에 참여했다는 경력 자체가 향후 해외 수주전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K9 계열 장비의 운용국이 늘어나면 다양한 기후와 지형에서 실제 운용 데이터가 축적된다. 한랭 지역부터 고온의 사막 환경까지 여러 조건에서 장비가 사용되면서 제품의 신뢰성과 운용 경험도 함께 쌓이게 된다.
결국 미국을 비롯해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에서 진행되는 사업이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대하는 효과라고 볼 수 있다.
K9이 이미 여러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 미국 시장 평가라는 새로운 이력이 더해진다면 향후 해외 수출 경쟁에서 제품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방산 사업은 단순히 장비 성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과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유지보수 체계, 산업 협력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고려된다.
따라서 미국 진입 자체가 곧바로 대규모 수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방산시장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K9 계열 제품의 평가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수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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